오래전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초등학생으로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건네며 10분만 인터넷을 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규정대로 500원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며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는 100원밖에 없는데
10분만 하게 해주면 안 되냐고 계속 생떼를 썼습니다.
내일 400원 더 가지고 오라 했지만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아빠한테 편지 써야 한단 말이에요.”
저는 꼭 컴퓨터로 쓰지 않아도 된다며 편지지에 써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또 울먹이며 대답했습니다.
“편지지에 쓰면 하늘나라에 계신 저희 아[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볼 수 없어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써도
답장이 없어 이메일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는 모든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늘나라에도 갈 거라고 아이는 천진하게 말했습니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가슴이 짠해져서
컴퓨터 한 자리를 내어 주고 꼬마가 건네는 100원을 받았습니다.
10분 후, 꼬마가 와서 자신의 이메일을 하늘나라에
꼭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이가 남기고 간 편지에 저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TO. 하늘에 계신 아빠
아빠, 저 승우예요.
거기는 날씨가 따뜻해요? 춥지 않나요?
여기는 너무 더워요.
아빠, 밥은 드셨어요?
저는 조금 전에 할머니랑 콩나물이랑 김치랑 먹었어요.
아빠~ 이제는 제 편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피시방 와서 아빠한테 편지 쓰니깐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꿈속에서라도 아빠 보고 싶은데
저 잘 때 제 꿈속에 들어와 주시면 안 돼요?
아빠 저 이제 그만 써야 돼요.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세상에서 아[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가장 사랑하는 승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한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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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도움을 청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귀 기울여주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에겐 가장 간절한 소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 폴 틸리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