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손편지

by 이주영 posted May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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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조금 편해졌지만
한 때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약국에 줄을
길게 서기도 했습니다.

다들 마스크가 모자라 전전긍긍하던 시기에
저는 운 좋게도 지인이 오래전 구매해놨던 마스크를
넉넉하게 선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TV 뉴스를 통해 약국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서는
문득 아래층에 사시는 노부부 어르신들이
생각났습니다.

아래층에 이사 왔을 때 시끄럽게 해 미안하다며
음식을 싸 와서 인사하시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 나가 살고 있어
일 년에 한 번 손자 손녀 보기도
힘겨우신 분들입니다.

외국에서 손자 손녀들이 다녀간 다음 날이면
애들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게 해 미안하다며
또 음식을 싸 와서 전해주셨습니다.

저 또한 이제 슬슬 거동도 불편하신 분들이
마스크는 잘 구해서 사용하고 계시는지
신경도 쓰이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찾아가 인사드리고
마스크 한 묶음을 포장해서 노부부 어르신에게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저희 편지 우편함에
204호 귀하라는 손편지가 있었습니다.
아래층에서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

전에도 혹시 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챙겨주어서 너무 감동받았어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이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우리는 우리 하루 사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부끄럽네요.
딸 가족은 미국에 아들 가족은 캐나다에…
나이가 드니 살아가는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마음으로 많이 힘이 되어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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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예부터 이웃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화목한 나눔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랑과 정은 크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멀고 어려운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까운 이웃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고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크고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 오늘의 명언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
– 제임스 오펜하임 –